장애인 시외 이동권 침해...경남서도 소송 나선다

장애인 시외 이동권 침해...경남서도 소송 나선다

휄체어 탑승 설비 갖춘 고속·시외버스 '0대'
교통약자들, 버스 타고 타 지역 이동 불가능
지원 단체 "진정 비롯해 내달 중 소송 예정"


휠체어 탄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시외 이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해달라는 교통약자 요구는 좀처럼 현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 경남지역 고속·시외버스 중 휠체어 탑승 설비(리프트)를 갖춘 버스는 한 대도 없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사정은 같다. 경남지역 장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 버스 업체를 상대로 진정서 제출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양산역 부산2호선을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휠체어 탑승 설비 버스 ‘0대’ = 3일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경상남도 시군별 버스 현황 자료(지난달 27일 기준)’를 보면, 도내에서 운행 중인 고속버스(직행버스 제외)는 주중 143대, 주말 149대를 포함해 모두 292대다.

이 가운데 진주시는 주중 60대, 주말 64대를 운영해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운행률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주중 38대, 주말 40대를 운행 중인 창원시로 나타났다. 김해시는 주중 23대, 주말 23대였고, 통영시는 주중 22대, 주말 22대였다.

경남도 교통정책과 자료로 확인되는 도내 18개 시군 전체 시외버스 운행 대수(지난해 12월 31일 기준)는 907대, 운행노선은 658개다. 이를 운영하는 주체는 거제현대고속㈜, 거창고속㈜, 경원여객자동차㈜ 등 버스 업체 19곳이다. 부산에 소재지를 둔 ㈜경남고속뉴부산관광과 고려여객자동차㈜, 천일여객㈜, 해운대고속㈜을 빼면 나머지 15개 업체는 모두 경남에 기반해 운송사업을 하고 있다.

국토부와 도가 집계한 자료를 종합하면 도내 고속버스(292대)와 시외버스(907대) 수는 총 1199대, 이중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버스는 0대다.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에 의존하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단 한 대도 없는 셈이다. 이동권 개선이 더뎌 보편적 권리 행사 침해가 극심하다는 목소리가 장애인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남정우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대표는 “비장애인들에게 버스는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수단이지만,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누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향이 서울인데 버스를 타고 갈 수가 없다”며 “우리의 마땅한 이동 권리가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차별 구제 진정·소송 움직임 = 경남지역 장애인들은 좀처럼 이동권 개선이 지체되는 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 국가인권위원회, 버스 업체에 시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진정을 넣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4월 중순께 광주지역 장애인들처럼 이동권 차별 구제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광주에 사는 장애인들은 2017년 2월 금호고속, 광주시, 정부 등을 상대로 이동권 차별 구제소송을 제기해 7년 2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고속버스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며 배영준 씨 등 장애인 5명이 낸 소송이다.
금호고속 등 상대로 휠체어 리프트 의무화 소송 나선 광주지역 장애인들. /연합뉴스
이들은 1심 재판에서 금호고속이 운행하는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가 한 대도 없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광주지법 민사14부(나경 부장판사)는 금호고속이 내년부터 단계별로 2040년까지 신규 도입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의무화하라고 판결했다.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창원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상황을 바꾸고자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름으로 창원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2011년쯤 시외 이동권 보장하라고 경남도에 요구했고, 도 역시 이에 호응해 이동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외버스 설비까지 맞추고도 업체들이 수지타산이 안 나온다고 밝혀 무산된 적이 있었다”며 “우리도 다른 지역을 오가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마땅히 휠체어 탑승 설비 버스가 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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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