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이 옷 모델로 나서는 광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영부영 인류학] 우리 아이들이 다르지만 어울려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장애아동이 옷모델로 나선 해당 수퍼마켓의 자체 브랜드 광고. ⓒ이은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장애아동이 옷 모델로 나서는 광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영부영 인류학] 우리 아이들이 다르지만 어울려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한 회사가 있다. 미국의 유명 체인인 이 곳은 의류와 잡화부터 간단한 식재료까지 판매하는 큰 마트와 같은 곳이다. 내가 이 회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의 광고나 홈페이지에 반영되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처음 미국에 오고 얼마 안돼서 이 회사에서 온라인 주문을 하려던 나는 인상적인 것을 발견했다. 아이들 옷을 판매하는 섹션에서 너무나 다양한 모델 들이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종은 말할 것도 없고 다운증후군이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있거나 다양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어린이들이 환한 표정으로 모델로 등장하고 있었다.

판매하는 아이들 옷 중에서도 특히 같은 디자인이지만 스스로 옷을 입기 힘든 아이들이 입기 편하도록 다양한 곳에 단추나 지퍼를 새롭게 단 장애 아동용 옷도 함께 판매를 하고 있어서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나는 처음에 이 것이 다소 일회적인 이벤트성 광고인가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꾸준히 이 회사는 어린이 모델뿐만 아니라 성인 모델들까지도 각각의 신체적 특징과 인종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하고 있었다. 플러스 모델, 장애인 모델, 특정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광고에 등장하고 있었다. 비단 인터넷 광고와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매장에서도 그런 모토들을 반영한 사인과 패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모두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이 캠페인 안에는 LGBT(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성전환자 모두를 일컫는 표현)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무성애자, 그리고 성적인 지향과 사회적 지향의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방식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아주 포괄적인 사람들까지 함께 포함되어있었기에 몹시 신선했다.

“레프리젠테이션 매러즈(Representation Matters)”, 한국말로 거칠게 표현하자면 “대표성이 중요하다”, 미디어나 공공 영역에서 특정 집단이나 그룹에 대해 어떻게 그리고 표현하고 표상하는지 그 대표성이 아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불러올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인종 갈등으로 끝없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미국이지만, 너무나 불합리한 것이 많은 이 곳이지만 그래도 내가 미국에게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지지와 포용성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과 커뮤니티 때문이다. 과거 서울에서의 나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게 되면서야 비로소 장애인들이 주장했던 이동권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었다. 막연하게 지지해왔던 그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일상이며 얼마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을지 몸소 체험해보게 됐었다.

어디나 계단 옆에는 꼭 완만한 경사로가 있고 관공서에는 문턱이 없고 대중교통에는 반드시 안전한 승강기나 실제로 사용 가능한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곳이 일반적이 됐으면 좋겠다. 피부색이나 종교, 문화가 다르다고 손가락질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배워갈 수 있는 다양함이 생겼다는 것으로 기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많이 영향을 받는 한국의 미디어와 광고 등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긍정적인 모습들이 많이 담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모두가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각기 다르기에 특별하다는 것을 정말로 마음으로 느끼고 깨닫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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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