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신고에 '송곳 보복'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신고에 '송곳 보복'

창원서 과태료 앙심 품은 60대
장애인 차량 훼손해 경찰 입건
사회적 인식 부족…재발 잦아


창원 한 아파트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장애인 차량 타이어를 연속으로 훼손한 60대 남성 ㄱ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사무소 태도 무책임" = 마산동부경찰서는 4일 ㄱ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ㄱ 씨는 자신의 차량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뒤 과태료 처분을 받자 이를 신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주 차량을 지난달 20일 오후 8시 20분께, 28일 오후 8시 무렵 두 차례 송곳으로 찔러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조수석 뒷바퀴 타이어 옆 부분을 찌른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일체를 부인하던 ㄱ 씨는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 증거를 보여주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건 피해자는 지적 장애와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40대 여성이다. 피해자는 "유독 한 차량만 상습적으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으로 주차해서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바로 며칠 뒤에 이런 일이 생겨 무서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를 탔을 때 타이어 공기압이 낮다는 것을 보고 바로 수리를 받았는데 카센터에서는 누가 고의로 찌른 거라고 하더라"며 "그 상태로 아이를 태우고 고속도로라도 탔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무책임한 태도도 지적했다. 지난 5월부터 장애인 주차구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가 반복되자 장애인 주차구역 관련해서 입주민에게 방송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끝까지 안 해줬다"며 "장애인 주차구역을 만들어줬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냐며 아파트 이미지 걱정 먼저 하는 것 같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CCTV 제공 등 필요한 조치는 다 했다"며 "워낙 들어오는 민원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 다 챙길 수 없었고 관련 방송은 4일 저녁에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장애인 주차구역 인식 바뀌어야 = 장애인 주차구역과 관련한 민원은 매년 쏟아지고 있다. 창원시에서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으로 적발해 과태료 처분을 한 건수만 매년 6000여 건이다. 최근 3년 동안 과태료 부과 건수를 보면 2019년이 6763건으로 가장 많았고 2020년 6279건, 지난해 6362건이었다. 올해 6월까지 3409건이 적발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두 차례 송곳으로 훼손한 60대 남성이 4일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이 발생한 창원 한 아파트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 금지 안내물이 세워져 있다. /박신 기자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인 주차구역에 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거라고 꼬집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 박상호(51) 씨는 "비장애인 주차구역에는 휠체어가 내리기 충분한 공간이 없어 장애인들은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근데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하려고 보면 대부분 비장애인 차량이 주차된 경우가 빈번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박 씨는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하는 차량을 어쩔 수 없이 신고한 적이 있는데 상대방에게서 협박성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며 "장애인 주차구역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장애인은 차량을 끌고 나가는 것조차 버겁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주차구역은 장애인 주차 표지를 부착한 차량이면서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탑승한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1~2분 정도 주정차하더라도 단속 대상이다.

<저작권자 ⓒ e-경남 사회복지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