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부터 중계까지 장애인에게 '직관'을 허하라

예매부터 중계까지 장애인에게 '직관'을 허하라

KBO 구단 절반 예매 지원 미비
현장 안내 체계 홍보·보완 필요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중계 부실


장애인 스포츠관람권 보장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4일 김예지(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스포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스포츠기본법 제4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누릴 권리를 구체화한 것이 본 개정안 취지라고 밝혔다. 장애인 스포츠관람에서 예매·구장 안내·오디오 중계 등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관련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도내에서도 장애인 스포츠 관람을 위한 편의시설은 있지만, 서비스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예매 체계 미비 = 현재 공공 체육시설 대부분은 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게 기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도내 프로 스포츠 구단이 사용하는 구장들도 장애인 전용 좌석·점자블록·장애인 주차장·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NC다이노스 안방구장인 창원NC파크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2019년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우수등급 인증을 받은 바 있다.


2019년 창원NC파크가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우수등급 인증을 받았다. 구장 4번 게이트 옆 벽면에 인증패가 부착돼있다. /NC다이노스


반면 장애인 스포츠관람을 위한 서비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애인들은 표 예매를 위해 주로 비장애인 또는 복지단체 도움을 받는다. 이는 일부 스포츠 예매 시스템이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10개 구단 가운데 5개 구단만이 장애인 예매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도내 구단인 NC는 자체적으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대체 텍스트란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음성 지원 등을 말한다.

롯데자이언츠도 구단 자체적으로, 두산베어스·키움히어로즈·SSG랜더스는 인터파크에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티켓링크에서 예매할 수 있는 나머지 다섯 개 구단에는 관련 서비스가 없다. KBO 관계자는 "KBO 측에서 관련 서비스 필요성을 티켓링크에 전달했고, 현재 전화 예매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창원LG 세이커스 경기는 예매를 KBL에서 전 구단 통합 관리하고 있다. KBL은 콜센터에서 장애인 예매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FC는 장애인은 무료입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매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체계적인 구장 안내 필요 = 하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스포츠 관람 시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NC다이노스 열성팬인 시각장애인 박광범(48·김해시 외동) 씨는 "표 발권하는 곳에서부터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단 때부터 NC를 응원한 그는 과거 야구장을 자주 방문했지만, 최근에는 발길이 뜸해졌다. 구장 내 좌석을 찾아가기 어려워서다.

문화예술 시설인 서울 예술의 전당은 장애인이 사전 요청하면, 직원이 표 발매부터 좌석 안내까지 돕는다. 도내 구단들도 장애인 안내를 위한 별도 인력은 없지만, 현장 직원을 중심으로 안내는 하고 있다. NC는 경기진행 요원을 평일 기준 80명, 주말 기준 110명을 배치해 현장 안내를 돕고 있다. 현장 매표소 장애인 전용 창구 옆에는 점자안내판과 함께 직원 호출 버튼이 있다. 경남FC·창원LG도 구장 곳곳에 배치된 경호 요원이 이와 같은 요청에 응하고 있다. 구장 입장 전 표 확인 과정에서도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 이용자들이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현장 직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주변분들도 잘 몰랐다. 홍보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예지(왼쪽) 국회의원과 허구연 KBO 총재가 야구 관람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예지 의원실


◇사라진 라디오 중계 = 줄어든 라디오 중계로 경기장 방문이 더욱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오디오 중계 서비스는 경기장 관람에 필수다. 경기 상황을 설명하는 음성이 있어야 현장 관람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와 KBL은 라디오 중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KBL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KBS와 원음방송 등에서 라디오 중계를 해왔다"며 "점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중계를 하더라도 라디오와 달리 현장과 중계 사이 시간 차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경기 상황이 지나간 후에야 뒤늦게 그 내용을 인지할 수밖에 없다.

NC는 MBC경남과 협업으로 모든 안방경기를 라디오로 중계하고 있다. 하지만 MBC경남 라디오 중계도 스마트폰을 통해 들으면 일부 지연이 존재한다. MBC경남 라디오는 누리집 온에어 서비스 또는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 하는데, 온라인과 애플리케이션을 한 차례 더 거치면서 일부 지연이 발생한다. 이 지연 시간은 인터넷 환경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KBO는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중계·수신 시스템을 만들어준다면 지원할 수 있다는 견해다. 또한, 지연 없는 라디오 중계를 위해 라디오 기기 대여 등도 검토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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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