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가족]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발달장애인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어요

[발달장애인가족]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발달장애인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어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화요집회 47회차1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47회차 화요집회가 열렸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화요집회에 의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더불어 내년에는 윤석열 정부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예산을 두 배 늘린다고 하니 희망을 품자고 말했다. "처음에 화요집회를 시작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화요집회로 50명 정도 꾸준히 모이면,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의 이야기로 책도 낼 수 있습니다.


화요집회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곳입니다. 화요집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냈기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제도와 복지도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내년 윤석열 정부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예산을 두 배 늘린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시범적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24시간 지원체계를 해주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시범적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구축되면 낮에는 센터에서 지원을 받을 테고요. 밤에는 주거지원을 받게 됩니다.


주거지원을 받게 되면 활동지원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여 발달장애인이 위험에 처했을 시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는 늘어날 것입니다. 모든 선진국은 장애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복지서비스 권리, 주거 권리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선진국의 대열을 따라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24시간 지원체계는 시범적으로 운영되기에, 그 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투쟁하다 보면,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24시간 지원체계 복지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1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를 요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 47회차'가 진행됐다. '화요집회'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더 이상 기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부모연대의 모임이다. 이곳에 오면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발달장애인 부모의 삶의 애환과 희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날 서울, 경기, 인천, 충북, 경남 등 각지에서 모인 발달장애인과 부모활동가들의 현장 발언 일부를 재구성해 담았다.

■ "국가가 발달장애인들을 보호해주세요" 조나영 서울지부 금천지회 부모활동가

서울지부 금천지회 부모활동가 조나영 씨. 조 씨의 아이는 9살이 되었다. 조 씨는 임신하고 나서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폐성 장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 씨의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 씨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의사는 조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태아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를 지우는 것은 불법이다.' 그렇게 힘겹게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도 없이 조 씨는 장애 아이를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런 조 씨에게 도움을 준 건 바로 부모연대였다.

"소아재활병원에 다니며 아이 치료를 위해 힘썼어요. 다행히 어린이집도 가고,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게 되었지요. 하지만 장애가 있기에 가까운 초등학교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비장애인인 우리 둘째는 가까운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장애가 없기에 가까운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죠.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학교도 멀리 가야 하고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 장애 아이들은 학교를 멀리 다녀야만 할까요? 저는 낯선 제 아이를 이해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와 소통이 안 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장애인 가족의 삶은 미로와도 같습니다. 그 미로를 빠져나오면 좋겠지만, 미로에 빠져 죽는다면 서로를 해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에 맞춰 지원 체계가 구축되길 바랍니다."

■ "최중증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을 많이 만들어주세요" 김혜경 서울지부 노원지회 부모활동가

서울지부 노원지회 부모활동가 김혜경 씨. 김 씨의 아들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다. 제대로 앉아 있기도 어려워 휠체어와 한 몸처럼 생활해야 한다. 그래도 자식은 늘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김 씨. 김 씨는 아이가 어렸을 적 지낼 곳과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센터가 없어 아이의 이름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고 추억한다. 지금은 다행히 노원구에 있는 비전센터를 다니고 있지만, 사실 그 자리도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김 씨는 최중증 아이들이 '갈 곳이 없을뿐더러 갈 곳이 있더라도 대기로 넘어가고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우리 아들은 아직 수영장에서 놀아본 적이 없습니다.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는 것은 더욱이나 생각도 안 해봤네요. 수영장과 바닷가에서의 물놀이는 청년들에게는 낭만적이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인데 말이죠. 이번에 양양해수욕장 장애인 캠프를 다녀왔어요. 모든 게 다 잘 준비되어 있다고는 했지만 최중증인 아들에게는 아직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가령 아들을 씻길 때 침대가 없어서 바닥에서 씻겨야 했고요.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야 했어요. 그때 아이가 겪을 마음의 수치심 등은 어려움으로 남았습니다. 그저 일반인들처럼 삶을 공유하고 일상생활을 누릴 수는 없는 것일까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아들이 다닐 수 있는 수영장, 길, 영화관, 카페, 공공시설 이용 시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병원이 모든 시설을 지을 때는 최중증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는 국가가 되길 요구합니다. 텔레비전 보고, 밥 먹고, 자는 게 최중증 장애인의 삶입니다. 그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공공센터를 많이 만들어주세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부모님들 용기를 가지시고, 이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 "우리도 자립하고 싶어요" 남해정 충북지부 발달장애인

충북지부 발달장애인 남해정 씨. 남 씨는 이날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관해 발언했다. 남 씨는 스스로 자립하고 싶어 친구들에게 자립의 좋은 점을 물었다고 한다. 친구들은 자립을 하면 '자유가 생기고, 가족의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죠. '어떻게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느냐고?' 돈과 집도 없으니 꿈같은 이야기라 말할 수 있겠지만, 정말 자립하고 싶습니다. 자립하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일도 하며, 돈도 모으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뭘 할 수 있겠느냐?'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요리를 배우면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고요. 혼자서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있어요. 화재 때문에 벌벌 떠시는데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사용하면 돼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립해서 친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이상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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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