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적기업 예산 ‘싹둑’… 경남 영향은
“내년부터 인건비 지원 끊긴다니 막막”
올해 39% 수준…대부분 인건비 삭감
도 “긴축재정 따라 올해까지만 지원”
업체 “지원 중단되면 타격 불가피”
전문가 “사회적가치 무시해선 안돼”
정부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남지역 사회적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사회적기업 예산, 올해 예산의 39% 수준=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 1일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023~2027년)’ 발표를 통해 그간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지원 중심이었던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의 전환을 위해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즉 지원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영리 기업과 비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다.
고용부는 “2007년 사회적기업법 제정 이후 16년간 정부의 직접지원 중심의 획일적 육성정책 결과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정부의 막대한 인건비 지원에도 장기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했고, 지원금 부정수급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사회적기업 일자리창출지원사업(인건비 지원) 참여가 종료된 근로자 2362명에 대한 고용유지율을 분석한 결과,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은 50%,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29.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예산 대부분은 인건비에서 삭감됐다. 앞으로 인건비 지원은 일반 중소기업과 동일하게 각종 유사제도로 통합한다”며 “현재 사회적기업은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생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생력 제고를 위해 민간판로 확대와 투자유치, 정책자금 등 간접지원을 확대할 것이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말께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안을 786억2400만원 규모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이 국회에서 최종 의결될 경우 내년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은 올해 2021억 9400만원의 39% 수준으로 편성되는 것이다.
◇도내 사회적기업 타격 불가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도내 사회적기업은 189개, 예비사회적기업은 187개다. 사회적기업은 최대 3년, 예비사회적기업은 최대 2년간 일자리창출지원사업(인건비 지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해당 사업이 폐지되면서, 자격이 되더라도 더 이상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기존 인건비 등 직접지원은 고용촉진장려금, 장애인 고용장려금 등 일반 중소기업 지원 제도로 통합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타 일자리 사업의 내년 예산안에 198억원을 추가 편성했으나 기존 인건비 지원 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는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올해까지만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경남도 경제기업국 담당 직원은 “인건비 지원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한다. 일자리창출지원사업은 1년 단위로 계약이 진행된다”며 “올해 5월에 선정된 기업은 기존처럼 1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지만, 9월에 선정된 기업은 올해 12월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 잔여 예산에 따라서 9월 선정 기업도 1년간 지원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도 자체 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 자체 예산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부분은 아직 논의하기에 이르다”고 답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도내 사회적기업들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역에서 사회서비스형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45)씨는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지원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난감하다”며 “얼마 전 사업 확장까지 해서 여유가 없는 상황인데 직원 4명의 인건비를 혼자 감당할 생각에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55) 씨는 “며칠 전에 인건비 지원 신청을 했는데, 9월에 신청한 기업은 올해 12월까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요즘 경기도 안 좋아서 수익도 좋지 않은데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게 정량적 평가만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건 무리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원각 사회적경제연구소 연구이사는 “정부가 말하는 부정수급과 같은 부패는 일반 기업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사회적기업 사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일반 기업과 비교해서도 문제가 있다면 그때 페널티를 부과해도 늦지 않다”며 “자생력 제고를 위한 예산 삭감도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 한 번에 대폭 예산을 삭감하는 건 적응 이전에 기업이 무너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사회적 기업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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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