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돌봄 사업 시행에도 참여할 단체가 없다

발달장애인 돌봄 사업 시행에도 참여할 단체가 없다

경남 시군 18곳 중 7곳 재공고 반복
두 달 넘게 신청 서류 한 장 못 받아
하동군, 관내 최중증 전수조사 않고
"수요 없다"며 국비 사업 신청 안 해


도내 시군 18곳 가운데 7곳이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부터 시행 중인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선 발달장애인 지원시설들이 공간과 인력 부족 문제를 들어 좀처럼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하동군은 군에 최중증 발달장애인 수요가 없다며 애초에 돌봄사업 참여 신청을 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평소 자해·타해와 같은 행동이 심해 기존 돌봄 서비스를 받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일대일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18세 이상 65세 미만 등록 발달장애인이 대상으로 정해졌다. 돌봄사업 유형은 24시간 또는 주간(개별형·그룹형)으로 나뉘는데 사업은 지자체가 참여기관 모집 공고를 띄워 단체를 뽑고 나서 그 기관들이 다시 유형별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4시 일대일 지원 서비스에 책정된 예산은 20억 4178만 2000원, 주간 개별 일대일 서비스 18억 7044만 원, 그룹 지원 41억 8285만 7000원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지원 대상이 된 발달장애인은 지정된 기관 시설에서 운동·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관이 마련한 주거 공간에 머물면서 돌봄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사업 참여 기관이 나오지 않아 혜택이 지역별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거창군·고성군·의령군·함안군·함양군·합천군 등 7곳은 돌봄 지원을 수행할 기관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 모집에 나섰지만 잇따른 공고에도 신청서를 낸 단체가 한 곳도 없다.

김해시는 그룹형 제공기관은 구했고, 개별형 서비스 제공기관은 선정하지 못했다. 거제시와 함안군은 두 유형 모두 선정기관을 못 정했다. 기관을 모두 선정한 곳은 창원시·진주시·통영시·사천시·밀양시·양산시·창녕군·남해군·산청군 등 9곳이다.

참여율이 저조한 주된 이유로는 '서비스 제공기관 시설 기준'이 지목된다. 사업을 맡는 기관은 개인 침실을 비롯해 주거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쓸 사무·휴식 공간도 갖춰야 한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회장은 "시설 기준을 맞추려면 추가로 공간을 임차해야 하는 곳이 많아 다들 사업 신청을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돌봄 사업에 참여해도 사업비가 많은 것도 아닌데 추가로 돈을 더 들일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지금까지 우리 지원단체에서는 신청서를 따로 넣지 않았는데 추후에 하려는 곳이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들을 지원 차원에서 우리 단체들이 도내 전체 시군에 참여 신청서를 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하동군은 자체적으로 돌봄 지원 수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하동에는 지적장애 384명, 자폐성 장애 23명 등 발달장애인 407명이 살고 있다.

하동군 관계자는 "전수조사할 시간도 부족했고 최중증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워 지역 장애인 지원 기관 의견에 의존한 면이 있다"면서 "내년 사업에 앞서 대상자를 발굴해 사업 수요를 조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내 한 장애인 지원단체 인사는 "하동에 사업 수요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행정이 나서 발달장애인 수를 확인도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됐다"고 비판했다.

경남도는 비교적 도내 사업 참여율이 낮은 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시군별 제공기관에 돌봄 참가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공간으로 복지부는 판단하고 지침을 내린 상황이나, 제공기관이 적다고 지침을 완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라면서 "적극적으로 생각해서 참여를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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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