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국회에…장애인 고용 못하고 생돈 수천억 날릴판

지주회사 내 공동출자 제한에
장애인 사업장 설립·운영 난항
고용부담금 대체 年1000억 달해
족쇄 푸는 법안 1년째 방치
"여야 이견 없어..조속 처리해야"

직무유기 국회에…장애인 고용 못하고 생돈 수천억 날릴판

 포스코 등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온 국내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 채용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푸는 법안이 1년 전인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음에도 여야 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장애인 고용을 못해 대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생돈’도 매년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장애인 2500명을 신규로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2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가 2008년 설립한 국내 1호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포스코휴먼스 주주(포스코 계열사)들은 그간 보유해온 24.51% 지분을 지난 2월 말 대주주인 포스코에 모두 넘겼다. 2년 전 포스코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포스코를 제외한 자회사들이 손자회사(포스코휴먼스)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법적 규제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18조는 지주회사 내 자회사 간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상시근로자 수 대비 장애인근로자 수가 일정 비율 이상인 사업장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자회사형’은 이러한 표준사업장을 자회사로 두는 사업장으로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대기업들이 많이 설립한다.

문제는 계열사들이 빠져나가면서 자본금 여력이 떨어져 장애인 고용 확대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년 포스코이앤씨 등 5개 계열사가 주주로 들어온 이후 포스코휴먼스 장애인근로자 수는 그해 256명에서 1년 뒤인 2020년 321명으로 25% 늘었으나, 올해 4월 기준 321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지분을 뺀 계열사들도 장애인 고용 문제에 봉착했다. 기존엔 포스코휴먼스에 출자해 간접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신사업을 하기 어려운 데다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표준사업장을 세워도 경영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포스코휴먼스에서 지분을 뺀 계열사들은 매년 13억원 정도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내야 할 처지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휴먼스에 지분을 출자한 계열사들은 모두 장애인 의무 고용률(3.1%)을 충족했지만, 지분을 정리한 이후인 2월 말엔 포스코이앤씨(2.34%), 포스코DX(2.02%), 포스코인터내셔널(2.16%)이 의무 고용률 이하로 떨어졌다. 이 수준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면 이들 회사엔 장애인 고용 부담금 12억9469만원이 부과될 전망이다. 포스코휴먼스의 장애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4027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 32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휴먼스는 최근 2년간(2022~2023년) 평균 65.5명을 고용했다.

포스코 외에도 SK,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등 장애인 고용에 힘써온 대기업들도 포스코와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주회사 관계자는 “자회사들이 공동출자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면 사업 확장이 수월하고 장애인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ESG 경영 차원에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지금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대기업 623곳에 부과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1772억원이었다. 이들 대기업 중 상당수가 지주회사에 소속된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지 못해 매년 내는 고용 부담금은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휴먼스 초봉 기준으로 25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주회사(금융지주사 제외) 수는 2013년 114곳에서 지난해 말 164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지주회사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땐 계열사의 공동출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두달 뒤 공정거래법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도 발의됐으나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임이자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해엔 쟁점법안이 많아 이 법안이 후순위로 밀렸다”며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만큼 이번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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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