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휠체어 승강설비 없다면 장애인차별" 첫 판단
[파이낸셜뉴스]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법상 차별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장애인 이동권에서 주요 사안인 휠체어 탑승설비 등에 대한 판단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를 즉각 설치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법원 재량권을 벗어난 판단이라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 3명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뇌 병변·지체 장애로 휠체어 사용을 하는 장애인으로 지난 2014년 국가와 서울시·경기도, 버스회사 등을 상대로 "시외버스·고속버스 등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라"며 차별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휠체어 탑승설비'란 휠체어 탑승자가 버스에 승하차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로 휠체어 탑승자를 태우고 상하로 움직이는 '리프트'와 버스와 외부 인도를 연결하는 '경사판'으로 분류된다. '저상버스'는 차실 바닥이 낮고, 승하차용 계단이 없는 대신 휠체어 탑승설비인 경사판이 설치되어 있는 버스다.
이들이 소장을 낸 당시 저상버스는 전국 시내버스 중 16.4%에만 도입됐고 시외버스의 경우 한 대도 없었던 상태였다. 또 휠체어 탑승설비가 설치된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는 전국에 한 대도 없었다.
1심은 "버스 회사들은 원고들이 버스를 승하차하는 경우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버스 회사들이 각각 시외버스와 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고 했다. 다만 국가와 서울시 등을 대상으로 한 청구는 기각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교통사업자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로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건 운수회사의 모든 버스에 곧바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한 것은 재량을 벗어난 판결이라고 봤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사건 버스회사들은 즉시 운행하는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성을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은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 마련을 위한 인적ㆍ물적 지원 규모 등을 심리해 이를 토대로 대상 버스와 그 의무 이행기 등을 정했어야 한다"며 "피고 버스회사들에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한 원심판결에는 법원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했다.
[email protected]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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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