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설은 없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깃발 올렸다
출범 1년 만에 창립대회‥“목소리 높여 탈시설 외치자” 결의
장애인거주시설을 비롯한 수용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들로 구성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이하 연대)’가 13일 본격 창립했다. ‘유엔 탈시설가이드라인’ 내용이 담긴 박을 터뜨려 낭독하는 퍼포먼스 모습.ⓒ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장애인거주시설을 비롯한 수용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들로 구성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이하 연대)’가 13일 본격 창립했다. ‘유엔 탈시설가이드라인’ 내용이 담긴 박을 터뜨려 낭독하는 퍼포먼스 모습.ⓒ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장애인거주시설을 비롯한 수용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들로 구성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이하 연대)’가 13일 창립했다.
지난해 4월 20일 출범 이후 1년 만에 서울시청 앞에서 창립대회를 연 연대는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모두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입법 등의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좋은 시설은 없다! 시설에서의 삶이 최선인 사람도 없다!
존엄한 인간으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자!
전동휠체어에 '꽃동네에는 꽃이. 사람은 지역사회로!' 현수막을 맨 중증장애인 활동가 뒷모습.ⓒ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연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장애인거주시설에는 2만8565명의 장애인이 수용돼 있고, 노숙인 시설도 입소자 중 절반이 장애인이다. 영유아시설에서 성인이 되면 유형별 장애인거주시설로, 노인이 되면 요양시설로 보내지는 시설장애인의 삶은 ‘격리와 배제’ 그 자체다.
우리나라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국이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는 ‘시설수용은 그 자체가 차별이고 권리 침해’이기 때문에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을 폐지하고, 신규입소를 금지해야 하며, 시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고 나와 있다.
지난해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도 ‘그 어떤 이유로도 시설수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최근 유엔탈시설가이드라인의 이행 지표를 개발해 국내 정책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총 191개 지표 중 이행 정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연대는 탈시설 반대에 맞서 ‘장애인은 시설에 살아야 한다’는 명제가 사라질 때까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을 결의했다.연대 김진수 공동준비위원장은 "김포에 있는 시설에서 20년을 살다가, 8명이 보따리 싸 들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자립한다고 농성한 당사자다. 벌써 세월이 10년이나 흘렀다"면서 돌아보며 "우리는 시설에서 살아남아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생존자들로, 오랫동안 탈시설 정책을 기다려왔고 투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서울을 시작으로 많은 지자체에 탈시설 정책이 생겼고, 정부가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시설수용은 인권침해다.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호응을 이끌었다.
연대 박경인 공동준비위원장도 "원하지도 않았는데 시설에서 23년간 살다가, 24살에 그룹홈에 나와 자립했다. 당시 그룹홈에서는 자립을 반대해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고 모든 걸 혼자 준비해서 나와야 했다"면서 "마음만으로 모든 게 잘되지 않았으며, 사람들을 믿지 못해 외로웠다"면서 탈시설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친구도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니 자신감도 생겼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과 탈시설 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면서 "내 삶의 마지막을 시설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나처럼 힘들게 시설에 나오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목소리 높여 탈시설을 외치자"고 피력했다.
이날 연대의 창립을 축하하는 각계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은 “탈시설은 국가의 책임이다. 탈시설의 핵심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과 활동보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시설에서 살게 하는 것은, 시설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에 의한 감금과 구조적인 차별로 정의한다. 당연히 국가가 배상과 보상을 해야 하고 진상조상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면서 연대의 활동을 응원했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발의했고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윤 정부는 '탈시설'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아 오히려 전진이 아닌 후퇴를 걱정하게 됐다"면서 "시설에 살아야 하는 사람은 없고 누구에게나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탈시설 정책 관련 의정 활동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 사림씩 ‘시설없는 세계’ 피켓을 들고 축하공연을 펼치는 서울피플퍼스트 회원들.ⓒ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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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