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경기 뛴다
"장애 구분없이 공만 보고 달려요"
이 경기에 패자는 없고, '승자'만 있어요
배려와 이해로 만드는 모두의 운동장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경기 뛴다
경남FC 지원 사격으로 나날이 성장
"장애 구분없이 공만 보고 달려요"
통합축구는 승자와 패자도 없습니다. 통합축구는 발달장애인(스페셜 선수)과 비장애인(파트너 선수)이 함께 뛰는 경기입니다. 경기 규칙부터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파트너 선수가 골을 넣으면 다음 골은 스페셜 선수가 넣어야만 합니다. 파트너 선수가 연달아 골을 넣으면 무효입니다. 승리보다는 함께한다는 데 의미를 둡니다. 통합축구단 경기에는 우승이라는 단어도 없습니다. 첫 번째 승리자, 두 번째 승리자, 세 번째 승리자까지 순번만 있을 뿐입니다. 경기를 뛰는 모두가 ‘승리자’인 셈입니다.
발끝이 축구공에 닿을 때마다 웃음꽃이 피어났다. 골망이 흔들리자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지난 22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동 주민운동장에서 경남FC통합축구단이 마산 지역 풋살팀 Burn FS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통합축구는 전·후반 각 20분씩 경기하고, 한 팀은 스페셜 선수 6명, 파트너 선수 5명으로 구성한다.
두 팀의 경기는 특별하다. 경남FC통합축구단은 K리그 산하 10개 통합축구단 가운데 하나다. 발달장애인 12명, 비장애인 13명, 코칭스태프 5명이 경남FC통합축구단 소속이다. 이날은 비장애인 팀과 친선 경기를 잡았다. 첫 번째 경기에서 3-0으로 Burn FC에 밀리는가 싶더니, 2-1에서 1-1 무승부까지 따라잡았다.
이유동 Burn FS 감독은 “상대 선수가 처지면 경기가 재미없는데, 너무 열심히 경기에 임하니까 경기가 재밌게 느껴진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친선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든든한 뒷배 = 경기가 끝나자 경남FC통합축구단 선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경기장에서 빠져나왔다. 김성재 경남FC통합축구단 감독이 선수들의 등을 토닥인다. 경남FC통합축구단을 지원해 주는 경남FC에서도 간식을 들고 경기장을 찾아왔다. 경남FC통합축구단 선수에게 ‘든든한 뒷배’가 돼주는 사람들이다.
김 감독은 창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면서 경남FC통합축구단을 맡게 됐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은 체중 관리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농구·축구·배구 같은 운동이 도움된다”며 “통합축구 안에서는 장애와 상관없이 서로 형·동생이라 부르면서 지내기 때문에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신경 쓰는 만큼 선수들 실력도 나날이 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편차가 커요. 지도할 때도 한 동작을 오래 지도해야 합니다. 슈팅을 가르치는 일에도 2~3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아직 동작이 나오지 않는 선수도 있죠. 선수들에게 기대가 높아서 잔소리도 많이 하는데 혹시나 상처받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경남FC통합축구단은 2021년 발족했다. 1년 만인 지난해 10월 스페셜올림픽 K리그 통합축구 유니파이드컵에서 B조 첫 번째 승리자가 됐다.
경남FC는 경남FC통합축구단에 훈련장을 대관하고 개인지도도 해준다. 훈련에 불편함이 없도록 용품과 장비도 챙겨주고 있다. 최한얼 경남FC 홍보마케팅팀 매니저는 “경남FC는 지역밀착과 지역 사회 공헌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사회적 인식 개선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사회공헌 사업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 잊게 해요” = 경남FC통합축구단 선수들은 15살부터 36살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많다. 경남FC통합축구단 맏형 조영배(36) 씨는 스페셜 선수다. 그는 “군대에서 제대하고 나서 지적장애 3급 진단을 받았다”며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함께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경남FC통합축구단 스페셜 선수로 뛰는 강기원(29) 씨는 파트너 선수 덕분에 축구를 제대로 배우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수비수를 맡고 있는데 상대 선수를 막기가 쉽지 않다”며 “누구에게 붙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파트너 선수들이 여기로 가보라, 저기로 가보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뒤처지지 않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윤한홍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정희성(35) 씨는 경남FC통합축구단 파트너 선수다. 그는 우연히 통합축구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가 아직 파트너 선수로 경기를 뛰고 있다. 정 씨는 통합축구의 가장 큰 장점은 ‘어울림’이라고 강조한다.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공 하나만 보고 달리는 게 좋아요.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 경계가 사라지는 거죠. 장애 유무를 잊게 하는 것 자체가 스포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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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