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으로 장애인 200여 명 실직 위기...경남서도 15명 발 동동

예산 삭감으로 장애인 200여 명 실직 위기...경남서도 15명 발 동동


고용노동부, 동료지원가 사업 종료
사업 중복과 실적 저조 등 이유로 들어
장애인 노동권 이해 부족 비판 쏟아져
"장애인 일자리 문제 개인에게 떠넘겨"


내년부터 장애인 동료지원가 200여 명이 직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고용노동부가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 예산 23억 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 중복과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시작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은 ‘동료지원가 사업’이라고 불린다. 중증장애인(동료지원가)이 다른 장애인을 만나 취업을 연계해주는 사업이다. 동료지원가는 비슷한 상황인 다른 장애인에게 취업 연계 등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동료지원가 사업 자체가 중증장애인 일자리가 되기도 한다. 실직 상태인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사회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이 확정된다면 내년부터 중증장애인 일자리 수백 개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기준 경남에는 중증장애인 15명이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다. 2015년 노숙인에게 피습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이수용(56·창원시 진해구)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이수용 씨가 동료지원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씨는 8년 전 사고로 얼굴과 목, 척수 등을 다쳐 지체장애인이 됐다. 이후 7개월간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는데, 당시 우연히 이 씨 집을 지나던 동료상담가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장애인 관련 복지 등 다양한 정보를 동료상담가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장애인도 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곧바로 장애인인권상담,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와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9년부터는 동료지원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같은 장애인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저도 똑같은 처지였기 때문에 잘 아는 거지요. 개인별로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행정복지기관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이 씨는 4년간 다양한 장애인들을 접했다. 단순히 취업 연계를 넘어서 장애 당사자들의 처지에 함께 아파하고 공감했다.

“제가 담당하는 장애인 한 분이 어느 날 죽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알아보니 그분 동생이 남긴 빚이 5000만 원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분은 신용회복위원회나 여러 탕감 제도를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같이 다니면서 하나씩 해결했습니다. 다행히 빚 대부분을 탕감받았는데 그때 그분이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고 하셨지요.”

이 씨는 동료지원가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안을 두고 동료지원가 역할을 단순히 ‘취업 연계’에만 고정한 채 실적만 강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면 저 같은 동료지원가들은 또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줬다 뺐는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장애인 노동권이라는 가치가 정부 선택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동료지원가로부터 취업 연계 서비스를 받는 유용만(57·진해구) 씨는 “집에 혼자 있으면 온종일 ‘아’ 소리 내기도 힘든 게 현실인데 옆에서 고민 상답도 해주고 말동무도 돼줘서 너무 고맙다”며 “지원가가 직장도 몇 군데 알아봐 줬지만 고용하는 쪽에서 받아주지를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민우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에서 말하는 취업 연계 저조 문제는 동료상담가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부족한 중증장애인 일자리 문제라는 구조는 외면하고 동료지원가 개인의 취업 연계 실적을 따지고 드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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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