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가정 무너지고 있지만...관심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도교육청 일대서 오체투지
전국 돌며 집회 개최..."죽음방지책 마련해야"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많은 가정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이 너무 저조한 것 같아요.”
25살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 박명화(57·김해시 내동) 씨가 30일 오전 흰색 소복을 입고 온몸을 경남도교육청 앞바닥에 던졌다. 뜨거운 차도 위에서 오체투지(땅에 몸 전체를 닿게 하는 절) 자세로 1.1㎞가량 이동했다.
25살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 박명화(맨 앞 줄 왼쪽) 씨가 3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도교육청 정문 주변에서 출발한 박 씨는 용지문화공원 쪽을 지나 다시 도교육청 앞으로 돌아왔다. 걸으면 왕복 20분 정도인 거리를 1시간 넘게 오갔다. 박 씨는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위기 가정이 많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 발달장애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100여 명이 이날 오체투지를 했다. 거리에 나온 부모들은 한 개 차로를 이용해 3줄로 줄지어 이동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죽음 방지책 마련 △지역사회 통합방안 수립 △특수교육법·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3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한 개 차로를 이용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도롯가에 하나 둘 사람이 모이더니 서른다섯 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거리를 두고 세 걸음씩 걷고 나서 바닥에 몸을 뉘었다가 일으키기를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참석자 이마에 땀이 맺혔다. 따가운 햇볕에 금세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날 오체투지는 최근 청주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전국에서 발달장애인 사망이 잇따른 탓에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 참석자 중 150명 정도는 오체투지 대신 행렬 옆 자전거도로에 붙어 손팻말을 들고 도교육청까지 행진했다.
22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송천욱(58·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언론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많이 접하다 보니 늘 마음이 편치 않다”며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살 수 있는 구조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책임지고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을 살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12살 딸이 있는 백선영(41·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씨는 “절벽 끝에 매달려있는 심정으로 지내다가 오늘 행사에 참석했다”며 “극한 사회적 고립이 죽음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크고 착잡하고 답답한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들은 특히 코로나 시기에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코로나 이후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지원체계 구축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30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한 개 차로를 이용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자 전국을 돌며 오체투지를 할 예정이다. 지난 28일 제주에서 먼저 시작했고, 이날 경남에서 열린 오체투지는 두 번째 행사다. 울산을 비롯해 부산·대구·전남·충남·세종·경기·서울·인천 등 전국에서 같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회장은 “경남은 발달장애 정책을 선도하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김해·밀양·창원에서도 발달장애인 사망이 잇따랐다”며 “가진 자, 기득권자들이 제도를 제대로 내놓지 않으니 민초들이 연대해서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장은 “한 가정이 아프면 사회도 아프고 나라도 아프다”며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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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