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멋진 장애인·시니어 모델들의 패션쇼 현장

경남여성장애인연대, 경남시니어모델협회
지난 28일 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야외공연장서
'한여름 밤의 같이&가치 패션쇼' 열어

장미(가명) 씨는 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 설치된 임시 벽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지난 15주 동안의 워킹 수업을 마치고 패션쇼를 하는 날이었다. 무대 위에 서려니 눈물이 나고 벅차올랐다. 그렇지만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 관객을 향해 걸어 나갔다.

장미 씨는 1부에서 하얀색 웃옷과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주고 환하게 웃었다. 덕분에 실수 없이 1부를 마쳤다. 3부에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큰 장식도 얹었다. 해가 지니 주변이 금세 어두워져 걱정했지만, 관객들이 장미 씨가 가는 길을 휴대전화 불빛으로 밝혀주었다. 장미 씨는 당당한 걸음으로 무대를 가로질렀다.

지난 29일 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한여름 밤의 같이&가치 패션쇼'가 열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관람객들이 무대에 불을 밝혀주는 모습. 


장미 씨는 경남시니어모델협회가 교육하는 워킹 수업 첫날을 기억했다. 그는 "움직이기 싫어 앉아 있기만 했는데, 수업을 계속 들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시니어모델협회 회원이자 보조강사였던 박서원(58) 씨는 장미 씨를 포함해 경남여성장애인연대 회원에게 걸음걸이 수업을 해왔다. 무대 뒤에서 여성연대 회원들의 옷매무시를 하고, 손을 꼭 잡고 해낼 수 있다며 응원하며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박 씨는 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연대 회원들에게 "사랑해!"라며 인사했다. 그는 "교육하는 입장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충만해지고 얻어가는 게 많았던 행사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남시니어모델협회'와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부설 기관 '동행'은 지난 28일 오후 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한여름 밤의 같이&가치 패션쇼'를 열었다. 두 기관의 인연은 지난 3월 경남시니어모델협회가 경남여성장애인연대에 쌀을 기부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경남시니어모델협회 측은 연대 회원들에게 걸음걸이 강좌를 시작해 15주간 교육을 이어갔다.

강좌는 경남여성장애인연대 회원이 일상에서 활력이 넘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 경남시니어모델협회 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화합하고, 워킹 교육에 참여한 경남여성장애인연대 회원들이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며 즐거움을 얻는 것을 큰 목표로 뒀다.
지난 29일 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한여름 밤의 같이&가치 패션쇼'가 열렸다. 경남시니어모델협회 회원들이 행사 2부 시니어모델 여름 휴가철 자유복장을 보여주고 있다.


서혜정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멋진 패션, 패션쇼는 신체적 조건이 맞지 않다는 생각에 멀게 느껴졌고 단체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행사였다"면서 "경남시니어모델협회 도움으로 여성 장애인들이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하게 보여주고,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관람석 가장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패션쇼를 감상한 30대 이 모 씨는 "패션쇼를 처음 보는데, 모델들과 화려한 의상들 전부 멋있었다"며 "기회가 되면 나 또한 패션쇼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귀화(71·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여성 장애인이 입고 벗기 쉬운 옷을 만들어 입기 때문에 이번 패션쇼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이 씨는 "여성 장애인들은 사회로 나아가고 싶지만, 좋은 일을 그르칠까 봐 숨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패션쇼로 용기내서 자신을 보여주는 모습이 멋졌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한여름 밤의 같이&가치 패션쇼'에서 조수연 경남시니어모델협회장 모습.
행사의 후원금을 마련하고 마무리까지 도맡은 조수연(64) 경남시니어모델협회 회장은 "협회에 가입하려는 회원에게 사회공헌활동 또는 봉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면서 "지금 내가 하는 봉사가 다음 세대에게 선한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고 앞으로도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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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