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없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호작업장 내 장애인노동실태조사 발표 토론회 개최
비장애중심주의, 성과주의, 속도주의 넘어선 정책 필요

‘보호’ 없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호작업장 내 장애인노동실태조사 발표 토론회 개최
비장애중심주의, 성과주의, 속도주의 넘어선 정책 필요

장애인 보호작업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 곳의 장애인 노동은 경제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장애인 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논의가 나온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한 발표회 ‘보호라는 이름의 장애인노동의 현실’이 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진행됐다.장애인동권실태조사팀(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전장연 노동위원회)가 주최했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다.

장애인노동권실태조사팀은 올해 6~12월간 수도권과 경남에 있는 보호작업장 장애인 노동자 15명을 조사했다.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발달장애인이었다. 조사팀은 우선적으로 보호자들은 저임금이라는 말로도 모자라는 ‘바닥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한달 임금이 10만 원에서 90만원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저임금이 가능한 이유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가 대부분의 작업장에서 용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호작업장의 설립취지와 동떨어진 운영도 문제삼았다. 직업 훈련부족과 더불어 장애인이 새로운 직무를 경험할 기회와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보호작업장의 장애인 고옹 훈련과 업무 내용을 살펴보니, 유지 및 운영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짜여져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결정권한이 노동자에게 없다는 점, 괴롭힙 등을 해결할 고충처리절차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보호작업장을 직접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다만, 이들은 보호작업장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주목했는데, 가령 보호작업장이라는 직장에 소속되는 것은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준거집단을 마련한다는 것이 그렇다. 비장애인 직장 문화 안에 섞이기를 어려워하는 장애인들이 보호작업장에서는 거슬리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수용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조사팀은 전했다. 이곳은 장애인 동료들을 만나고, 노동을 함으로써 사회적 시선에 부응하는 경험, 또는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결험을 한다는 점이 긍적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 노동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수급권자일 때, 담당 사회복지사는 보호작업자의 임금으로 인해 노동자의 수급권이 박탈되지는 않을지 여부를 고려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호작업장에서 보장하는 임금이 현재 최저임금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인데도, 일정한 소득기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현물 급여 등의 지원혜택이 삭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이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보호작업장 노동과 수급권 간의 연동성을 낮추고, 개선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보호작업장 장애인노동자가 갖는 문제를 ▲자립생활을 영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저임금 ▲훈련이라는 명목아래 자행되는 임금차별 ▲비장애인과 분리된 노동환경 ▲부족한 일자리로 인한 선택권 제한 ▲‘훈련을 통한 고용시장 진출’이라는 설립 목적과 괴리된 현실 ▲고충처리절차 미비 등으로 정리했다.

이는 장애인노동에 대한 비장애중심주의, 성과주의, 속도주의를 넘어선 정책이 만들어져야하고,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양질의 장애인 일자리 확대 등으로 귀결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고용상 차별금지(10조)’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노동조건에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사용자 의무(11조) 등은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하는 문제도 지목됐다.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 박동섭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현재 장애인 노동자들은 한달을 열심히 일한 대가로 60만원 정도 받고는다. 훈련장애인의 경우에는 한달 5만원에서 1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이 돈을 점심식사와 간식비, 후원비로 지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삶의 변화를 주고자 들어갔던 보호작업장에서 우리는 아무런 권리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일터에서, 생계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사업주도 장애인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 문제는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장애의 정도와 유형만큼 다양한 근무환경이 늘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장애인에게 노동이란 동정과 시혜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에서는 보호작업장이 장애인을 배제 분리하는 노동환경이므로 폐쇄돼야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지향해야할 목표가 ‘장애인의 공개 노동 시장 진입’인 점에 대해서는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 권고가 자유 노동 시장에 대한 접근 수준에 머무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장애인 노동권 침해는 장애차별적 사회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권리’로 접근하려는 등의 전복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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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