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박물관, 시각장애인용 점자 안내·해설 '부실'
시각장애인용 점자 전시 해설
도내 주요 박물관 지원 부실
건물 시설 안내조차 없는 곳도
1급 시각장애를 앓는 장상호(66·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4~5년 전 국립김해박물관을 찾은 이후 최근까지 도내 박물관을 찾은 적이 없다. 상설·기획전 모두 시각 약자를 지원하는 전시 해설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한때는 전시된 유물을 보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박물관 대신 장애물이 많지 않은 야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장 씨는 “조금의 빛조차 볼 수 없는 나 같은 사람들도 전시를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창원·김해·진주 등 도내 박물관 어디도 우리를 신경 써주는 곳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시각 약자를 지원하는 점자법이 2017년 5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6년 남짓 시간이 지나는 동안 도내 국립·시군립 박물관들은 점자 전시해설을 부실하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진주박물관과 국립김해박물관, 마산·진해·고성·창녕박물관 등 도내 주요 박물관은 상설전과 기획전을 포함해 전시별로 점자 안내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각 약자를 지원하는 점자법이 2017년 5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6년 남짓 시간이 지나는 동안 도내 국립·시군립 박물관들은 점자 전시해설을 부실하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국립김해박물관 전시관 내부. /김해시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활용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도록 튀어나온 점을 일정한 방식으로 조합한 표기문자를 말한다. 도형·그림 등 촉각으로 인지할 수 있게 제작된 자료를 포함한 개념이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일부 전시관에서 음성으로 전시품을 안내하거나 수어로 설명 영상을 제작해 박물관 공식 누리집과 유튜브 계정에 게재하고 있으나, 전시해설은 점자로 하지 않고 있다. 건물 안내도만 점자로 표기 중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를 주제로 한 어린이박물관 전시만 점자 안내책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상설전시관에는 김해지역 대표 문화재를 일부 점자화해 관람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마산·진해박물관은 전시 해설은 물론 전시 공간도 점자로 안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창녕박물관은 건물 안내도만 점자로 알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기획전시관 27곳 가운데 전시관마다 대표 유물 1~2개씩, 일부 공간 안내를 점자로 지원하는 걸 고려하면 대비되는 대목이다.
점자법 5조 1~2항을 보면 공공기관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해 모든 정보에 접근·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 일반활자 문서를 같은 내용의 점자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내 법 적용 대상은 2022년 12월 말 기준 1만 6937명이다.
이숙연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고성지회 사무장은 “점자로 된 안내판이나 전시해설을 하는 곳은 없다시피 하다”며 “시각장애인 100명 중 1명이라도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여러모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구원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창원지회장은 “유물별로 점자로 설명해주면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전시 관람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꼭 필요하다”며 “과거라면 몰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지원이 꼭 있어야 한다. 개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현재 점자 지원을 늘려나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희연 도 문화예술과 주무관은 “점자 해설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원을 늘려나갈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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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 기자 다른기사보기